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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로 가는 길/책을 통한 길

도대체 왜 모두의 기분이 나빠진걸까

윤캔두 2021. 10. 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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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분 나쁜 부동산의 시대, 김민규 저>를 읽고.

 

 솔직히 재미가 있는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모두가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하는 그런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명하며, 그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한다. 비판하지 않고 중립적인 방향에서 쓴다고는 하였으나,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시선이 깔려있는 것 같긴 하다. 

 

 부동산 가격이라는 게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 규모도 커지고, 물가도 상승하기 때문에 짜장면 가격, 버스요금도 오르는데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짜장면 5000원짜리가 6000원이 되는 것에 비해 주택 5억짜리가 6억이 되는 것은 우리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천지차이다. 의식주는 모름지기 모든 인간들의 필수 생활요소. 살(live) 집이 없으면 homeless라 불리는 노숙자가 된다. 또한 집이라는 건, 단순히 필수 요소라거나 자산 그 이상이다. 인간에게 우리 생각보다 훨씬 많은 영향을 미친다. 밖에서 지치고 돌아온 나에게 휴식을 주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어떤 안전하고 안락한 곳이어야 한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진 요즘, 집의 의미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단순히 House가 아니라 Home이라는 의미로 점점 발전했다. 

 

 어느 정도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는 해도, 2018년 이후 이렇게 많이 오른 이유는 뭘까? 저자는 그 이유를 정부 정책의 실패에서 찾으려는 듯하다. 나는 사람들의 심리가 가장 큰 영향이 있다고 봤는데 바로 '부동산 가격은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고 그래서 지금 안사면 더 높은 값을 주고 사야 한다는 불안감'이다. 사람들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마케팅을 많이 하는 분야가 바로 자녀 교육이다. 우리집 애만 학원을 안보내면 뒤쳐질 것이라는 그 불안감. 무튼 그런 심리가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믿었기에 부동산 시장을 많이 올린 사람들은 난 다주택자가 아니라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 불리며 앞으로도 오를 거라는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의 영향이 제일 크다고 생각했었다. 그 사람들이 일부러 집값을 올리기 위해 그런 의견을 내놓고 활동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문가들이 계속 오른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빨리 사야겠구나 혹은 무리해서라도 사야겠구나 생각하며 영끌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심리만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지는 않는다. 심리 외에, 정책, 유동성, 공급도 영향을 주겠지만, 가장 강력한 것은 심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을 읽어보니 부동산 정책 실패는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 가파르게 오른 데 한몫한 것 같다. 아마 정부에서 아무것도 안 했어도 부동산 가격은 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유시장 경제 체제 하에서의 규제와 정부의 개입은 제대로 설계하지 않으면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결과는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점은 <부의 인문학, 브라운스톤 저>을 읽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는데 <모두가 기분 나쁜 부동산의 시대>를 읽기 전에 <부의 인문학>을 읽어보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정부의 정책은 공급을 늘리기보다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양도세를 강화하고 대출을 규제하는 쪽으로 펼쳤는데 이 정책들이 오히려 집값을 올린 것이다. 독서모임의 다른 멤버 대부분은 이 책의 평점을 낮게 줬지만, 나는 그래도 이 책을 흥미를 잃지 않고 보았다. 그건 내가 세무 쪽 일을 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세금 관련된 정책이 어떻게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었는지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것들이 구체화된 점이 좋았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 보유에 따른 직접적인 세금이고, 양도세는 말 그대로 부동산을 양도할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따른 세금이다. 양도차익이 없거나 집을 팔지 않으면 낼 일도 없다.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유주택자들 (1주택자+다주택자) 이 집을 팔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출이자나 취득세, 재산세 등을 생각하면 그 금액을 빼고도 어느 정도 남아야 집을 팔 텐데, 지금은 그 양도세까지 강화되는 바람에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양도세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장기보유에 대한 공제 요건을 채우기 위한 것 일터. 그리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도 없애면서 더욱더 그런 움직임은 강화됐다. 양도세 때문에 안 파니까 매물이 없고, 또 팔더라도 양도세까지 감안하면 매도자는 집을 더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 세금이 매매 가격을 더 올렸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근거이다. 다주택자들이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세금만 많이 내게 생겨서 기분이 나빠졌다. 

 

 1주택자에게도 세금은 문제다. 평생을 한 곳에서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신혼부부로 시작했다가 아이가 생기면 늘어나는 짐에 좀 큰 집으로 이사도 필요하고, 혹시 이직을 하거나 직장이 이사 가면 필요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좋은 학군에서 키우고 싶은 것도 당연하고. 그런데 지금 하나 있는 집을 팔고 다른 집으로 가려면 세금 때문에 같은 가격의 집으로 가지 못한다. 1 주택자는 이런 이동의 기회가 뺏겨서 기분이 나쁘다. 

 

무주택자는 뭐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한 나라의 경제 전체를 볼 때에도, 부동산 시장보다는 자본 시장에 돈이 모여서 증시 활황 → 기업의 투자와 성장 → 주주들에 대한 분배 → 경제 활성화 이런 식의 흐름이 이어지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지금 우리는 비정상적으로 부동산에만 몰리는 것 같고 부동산이 너무 많이 오르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에 각국에서 돈을 많이 풀면서 자산 가치의 상승은 아마 더 가팔라질 수도 있다. 돈이 시중에 많이 풀렸으니 현금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자산의 가치가 오르는 건 당연하긴 하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바람이 아니라 햇살이었던 것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늦추기 위해서는 규제(바람)보다는 양질의 주택 공급(햇살)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누구도 반지하에 살고 싶어서 사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아파트가 상품화된 곳에서는 아파트의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새 집을 좋아하고 새 집에서 살아본 사람들이 다시 낡은 집으로 가려면 엄청난 결단이 필요하다. 단순히 '새 집'과 '낡은 집'의 문제가 아니고 안전과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에겐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Home 이 필요하다.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대출을 다 막아놓고,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 하는 건 마리 앙투아네트가 말했다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 라는 소리랑 똑같다. (물론 마리 앙투아네트가 그 말을 했다는 것은 루머에 불과하다고 믿지만)

 

 내가 처음 돈 공부를 시작할 때는 워낙 시드머니가 없었기 때문에 아무리 대출이 80%라도 집을 살 수가 없었는데 아껴 쓰고 차근차근 모으면 몇 년 후 20%를 모아서 집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60%~70%가 있어야 집을 살 수가 있다. 오히려 부모한테 물려받을 돈이 있는 친구들만 집을 살 수가 있어졌다. 장난하나? 나도 그래서 기분이 나쁘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현 정권의 임기 동안 어떤 정책이 더 나올지 혹은 내년에 정권이 바뀔지 어떨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앞으로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 어떤 영향이 있을지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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