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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차르]고종이 겹쳐보였던 러시아 마지막 황제의 이야기 본문

앉아서 하는 여행 : 영화와 시리즈

[마지막 차르]고종이 겹쳐보였던 러시아 마지막 황제의 이야기

윤캔두 2021. 10. 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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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저튼>을 보고 급 시대극에 빠져서 다음에 뭘 볼까 고민하며 넷플릭스를 열심히 검색해보다가 <마지막 차르(The Last Czars)>를 보기로 결정했다. 이 시리즈는 특이하게도 극 진행 중간중간에 역사학자들이 나와서 실제로 그 시대가 어땠는지, 인물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설명을 해준다. 그 때문에 <마지막 차르>는 드라마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느껴졌다.

 무엇이든 마지막이라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마지막이라는 건 결국 새로운 시작과도 연결이 되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마지막 왕이나 마지막 황제에 대해 다룬 영화나 소설 등의 작품들이 많은 듯하다. 우리나라만 봐도 고려 시대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시기와 조선 말기를 다룬 사극이 드라마나 영화 가릴 것 없이 많이 제작이 된다. 옆 나라 중국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를 다룬 영화인 <마지막 황제>도 꽤나 인기도 많고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쓰고 보니 이 선통제 푸이 이야기도 그렇고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와 고종도 그렇고 그들이 재위했다가 물러난 시기가 1900년대 초반으로 서로 시기가 겹친다. 마지막 임금들 중에서도 이 시기가 특히 흥미로운 건 마지막이면서 동시에 세상이 많이 변한 시기라서 그런 것 같다. 제국(帝國)에서 민국(民國)으로 바뀌는 격동의 시기였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니콜라이 2세의 모습은 보는 내내 대한제국의 고종과 계속 겹쳐보였다. 

 


  니콜라이 2세는 그의 부친이 죽으면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황제에 올랐다. 그는 착한 성품을 가졌으나 거대한 국가를 다스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유약하여 한 나라의 군주로서 적합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아내 알렉산드리아도 유럽 왕가 출신이긴 했으나, 그 둘은 그 시대에 흔치 않은 연애결혼(!)을 했기 때문에 알렉산드리아도 황가의 안주인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거나 준비가 되어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중에 니콜라이 2세는 혼자서는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어머니 및 아내, 숙부 등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그렇게 통치자 혹은 리더가 되기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던 그들의 멘탈은 어렵게 얻은 아들의 혈우병 때문에 쿠크다스처럼 산산이 부서졌다. 혈우병은 근친결혼을 많이 했던 유럽에서 많이 발병했던 피가 멈추지 않는 유전병으로 당시에는 치료법이 없었다. 현재까지도 완벽한 치료법은 없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사실인지 허구인지 끝까지 생각하게 만들었던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라스푸틴이다. 이름이 주는 느낌부터 심상치 않은데, (자꾸 캐나다 감자튀김 푸틴이 생각나ㅜㅜ) 그는 정말 희대의 광인이었다. 본명이 따로 있지만 '방탕한 사람'이라는 뜻의 '라스푸틴'으로 불렸다. 치료법이 없는 혈우병이 아들에게 발병하자 알렉산드리아는 정말 미쳐갔다. 그러던 와중에 라스푸틴이 알렉세이의 병세를 완화시키자(중간에 나오는 역사학자들 말로는 아직까지 어떤 방법으로 완화시켰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알렉산드리아는 라스푸틴에게 병적으로 의지하며 알렉산드리아와 니콜라이 2세는 라스푸틴이 말하는 대로 모든 결정을 내렸다. 라스푸틴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당시 러시아 제국의 미래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전혀 그럴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혹자는 최순실을 이야기할 때 라스푸틴과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에 러시아는 일본과 전쟁을 일으킬만한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 채 국민들의 불만을 전쟁에 이김으로써 잠재우려고 했다. 하지만 전쟁에서도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서야 할 때 물러서지 못하면서 러시아 제국은 패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 또한 그는 노동자들의 시위를 총칼로 진압함으로써 점점 국민들의 반발심만 샀다. 그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시대착오적이었고 정치를 할 줄도 몰랐다. 제국민들은 이제 한 미치광이에게 휘둘리는 유약한 전제군주는 원하지 않았고, 그들은 황실의 해체를 원했다. 

 

 물론 제국에서 시민으로 바뀌는 것이 한 순간에 일어난 것도 아니고, 어느 한 군주가 잘못해서 무조건 그러한 변화가 일어난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서서히 시민들의 의식이 깨어나면서 시대를 변화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그렇게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일어나던 시기에 힘도 없고 제대로 국가를 다스릴만한 그릇이 아닌 군주들이 나라를 맡아 다스리니 고통받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나라를 제대로 통치하고 적절한 때에 물러났다면 아무리 혁명이 일어났어도 가족 모두가 총살당하는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일말의 가능성은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결국 가족 모두가 총살을 당하며 로마노프 왕조는 끝을 맞이한다. <마지막 차르>는 작게 보면 니콜라이 2세 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크게 보면 러시아 제국의 끝을 담은 이야기로 실제 역사를 다룬 작품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 번 볼만 했다. 또한 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울 때 가장 중심적으로 배우는 곳이 아닌 곳의 역사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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