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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小㗛)한 일상

근대 역사를 읽는 시간, 퓰리처상 사진전

윤캔두 2020. 11. 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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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사랑 tk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퓰리처상 사진전을 다녀왔다. 난 사실 사진을 잘 못 찍기도 하고 사진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는 않고 다녀왔는데 예상외로 너무 좋았다.

퓰리처상이라고 하면 뭔가 그 사진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인간으로서의 인지상정 사이의 갈등, '왜 사람을 먼저 구하지는 않고 사진 찍냐'라는 그런 비난들이 있는 정도만 알고 있었던 터였다. 그래서 가기 전에는 사진전에 어떤 사진들이 있을지 짐작이 잘 되지 않았다.  

 약 70년간의 퓰리처상 수상작들을 시간 순으로 보여주는 이 퓰리처상 사진전 관람을 완료하는 데 대략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코로나19 때문에 정해진 순서대로 앞사람과 거리를 지키면서 관람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마 관람하는 사람들 대부분 이 정도의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꽤나 빠르게 지나갔다고 느낄만큼 전시는 볼 만했다.

 

 전시는, 퓰리처상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사진들의 미적 가치보다는 그 이면에 이야기(story)를 가진 사진들로 꽉 채워져있었다. 시간 순서대로 나열된 사진들을 보면 해당 시대에 어떤 사건들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또 시대적 의미가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1960~70년대는 베트남 전쟁과 흑인 인권운동이 Main Events이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당 사건과 관련된 사진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래서 사진전은 특정 시대에 어떤 사건들이 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사람들을 아프게 했는지, 또 사람들에게 힘이 되었는지를 요약해 놓은 근대사 요약본과 같았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다보니 전쟁, 테러, 시위, 갈등이나 사고 등과 관련된 사진이 많아서 사진을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한국전쟁, 2차 대전,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보스턴 테러, 반전 시위, 아프리카 내전과 기아 등 아직까지도 고스란히 상흔이 남은 사건들의 사진을 보는데 '내가 너무 이런 것들에 무심하게 살았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되면서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이 아픔을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고민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130여 점의 사진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은 사건·사고를 다룬 사진이 아닌, 시카고의 도시를 배경으로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시카고에서의 삶'(존 화이트)이라는 사진이었다. (tmi. 나중에 tk랑 얘기해보니 가장 좋은 사진이 똑같아서 너무 신기했다!)

 

 생각해보면 물론 사진작가들이 전문 구조대원이나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대신에 구조활동을 펼쳤다고 해도 사진 속의 피해자들을 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을 사진으로 남길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궁금해졌다. 다만 오늘 전시를 보기 전에는 왜 그들에게는 사진이 구조보다 먼저인 것인지 사진작가들을 힐난하는 마음이 있기도 했는데, 전시를 보고 나니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널리스트와 사진작가들은 그들이 찍은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세상이 한 발짝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현장을 전하는 것이 그들의 할 일이었던 것이다. 2019년 수상자인 한국인 김경훈 기자의 인터뷰를 보면 스스로를 Visualstoryteller 혹은 Visualhistorian이라고 칭하는데 그 말이 바로 사진기자들이 사람을 구조를 하는 대신 셔터를 눌러 피사체를 찍었는지 그 이유를 효과적으로 납득시켜주더라.   

 

 또 사진 작가들도 쉽지만은 않았겠구나 싶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 중에 하나인 독수리 앞에 죽어가는 소녀가 있는 사진을 찍은 작가가 퓰리처상을 받고 난 후 얼마되지 않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는데 참혹한 현장을 지속적으로 마주해야했던 그들도 마치 PTSD처럼 이후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단순히 셔터만 누르고 돌아선 사람들은 아니었던 것이다. 

 

 예쁘고 좋은 것들만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근대 역사를 축약해서 보여준 전시는 정말 관람에 들였던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이제 전시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사진과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볼 만 한 듯! 각종 사진 작가들의 코멘트를 정리했던 출구 전 마지막 영상에서, 가장 좋았던 사진으로 꼽았던 사진의 작가인 존 화이트가 했던 말이 있었는데 해당 멘트도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그 멘트와 함께 이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그리고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UNSUNG HEROES임을 잊지 말자!

 

 "시카고에서도 아프리카에서도 따뜻한 포옹은 필요합니다.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노래가 있죠. 

누구도 노래하지 않은 나의 영웅들.

우리, 저널리스트들이 그들의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누가 해야 할까요?"

"PERSON THAT NEEDS A HUG IN CHICAGO IS

THE SAME AS A PERSON THAT NEEDS A HUG IN AFRICA.

EVERYBODY LIVING EVERY DAY HAS A SONG.

MY UNSUNG HEROES.

IF WE, JOURNALISTS, DON'T SING THEIR SONGS,

WHO IS GOING TO SING THEIR SONGS?"

존 화이트, JOHN H.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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