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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라산]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에 오르다 본문

서서 하는 독서 : 국내여행/2021 제주도

[제주도 한라산]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에 오르다

윤캔두 2021. 2. 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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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쌓인 백록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TK와 나의 한라산 등정기가 딱 그랬다.

 3년 전 사라오름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는 나는 해볼 만하겠다 싶었고, 눈이 하얗게 덮인 한라산의 모습이 그립기도 했다. 그리고 TK에게도 오랜 버킷리스트이었긴 했다. 그렇지만 우리 둘 다 1,950m가 얼마나 높은 지는 까맣게 몰랐다. 평소에 운동을 조금씩 하기는 해도 등산 자체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각종 짐을 짊어지고 눈 덮인 산을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제대로 가늠을 못했다. 배낭에는 물과 컵라면, 초콜릿 등을 넣고 아이젠을 낀 등산화에 등산 스틱까지. 도움이 되면서도 동시에 짐인 아이들이 한가득이었다.  

 

 다녀오고 나서 며칠간 몸을 제대로 못 움직였지만 그래도 한라산 등정은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아마 혼자서 도전했으면 포기했을 수도 있는데 다행히 함께 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끝까지 완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진부하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인생에 비유하는데, 정말 찰떡같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고 굴곡도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고, 또 올라가는 것보다도 잘 내려오는 게 중요하다는 것. 혼자 가면 더 빠를 수는 있어도 함께 하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  


 코로나19 때문인지 자연보호를 위한 것인지 몰라도 입장객을 제한하는 국립공원 덕분에 오히려 한적하게 한라산을 다녀올 수 있었다. 3년 전에는 앞으로도 뒤로도 가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꽉 차 있었는데, 이번에는 입장객 수가 제한되는 바람에 덜 북적였다. 

 

※ 이제 한라산은 사전에 탐방예약을 해야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www.jeju.go.kr/hallasan/index.htm

 

 제주 여행의 목적이 한라산이 되면 여러 가지 제약도 존재하고, 사전에 준비할 것도 많다. 위에 말한 것처럼 예약을 해야 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장비도 대여해야 하고, 날씨도 체크해야 하고. 하지만 그만큼 멋진 풍경을 한라산은 우리에게 선물해주었다. 우리가 한라산을 갔던 수요일은 날씨가 좋았는데 운이 좋아서 백록담도 보고, 산에서 바다도 보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백록담과 바다까지 같이 보는 건 정말 운이 좋은 거라고 하더라.

 Thanks, God!

 


 한라산으로 발을 디딘 초입에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점점 숨이 가빠지고 지쳐가면서 우리 둘은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진달래밭 대피소까지는 어찌어찌 올라갔고 이제 다 왔다 싶었는데,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정상까지 가는 코스가 시간이 길지는 않은데 점점 가팔라지면서 오히려 그전보다 굉장히 힘들었다. 정말 중간에는 가방 버리고 싶었다 :-O 정말 10분 걷고 쉬고 걷고 쉬고의 반복이었다. 한라산 등정은 진달래밭 대피소를 12시까지 지나 정상에서 13시 30분에 하산해야 하는 시간제한이 있다. 걷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내려와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도 있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이게 마치 인생 같았다. 인생의 정점(정점에 대한 정의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에 가기 전에 정말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어떤 것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엄청난 성취가 아니어도 그 어떤 것이어도 말이다.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겠지. 

 말그대로 겨우겨우 정상까지 가방을 버리지 않고 도착했다.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먹은 컵라면과 김밥은 정말 여느 산해진미 부럽지 않았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 법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역시 힘들게 고생해서 얻는 것들이 주는 기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총 9시간 하고도 30분이 걸린 한라산 등반. 다녀와서는 너무 좋았지만 다시는 안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글을 쓰며 다시 사진을 보니, 몇 달 후면 힘들었던 기억은 다 휘발되고 좋은 기억만 남으면서 또 가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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